산후조리원 없는 미국
한국에서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머물며 몸을 회복하고, 신생아 케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시스템이 없다. 자연분만의 경우 보통 출산 후 하루나 이틀이면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 출산을 하는 한국 분들은, 한국식 산후조리원이 있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후조리사를 고용하거나 친정엄마가 와서 도와주신다.
하지만 산후조리사를 모시는 것도 금액이 워낙 비싸서(타 지역에서 모셔오면 비행기 삯까지 만만치 않다), 나는 겸사겸사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았다.
사실 나는 생각보다 회복이 빠른 편이기도 했고, 아이들의 가장 작은 시기에 마음껏 안고 냄새를 맡으며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잠을 못 자는 걸 빼면 말이다.
한국보다 열악한 출산 휴가
미국에서는 출산 휴가 자체가 길지 않다.
회사마다, 지역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6주가 통상적이고, 많으면 12주를 받는다. 그 6주마저도 그 회사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FMLA라고 불린다). 회사에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는 이상, 재직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으면 쉴 수 없다.
특히 남편은 유급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장과 조율해 3~5일 정도 간신히 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은 딱 3일 쉬고 다시 출근했다.
그 이후에는 친정엄마와 함께 아기와 씨름해야 했다.
초반 수유 전쟁, 그리고 나만의 방식 찾기
미국 병원에서는 모유 수유를 강하게 권장한다. 출산 직후부터 수유 컨설턴트가 병실로 찾아와 자세를 봐주고, 방법을 알려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나는 처음부터 혼합 수유를 결심했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적은 양의 모유에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둘째 때는 조금 더 준비가 되어 있어서 비교적 수월했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았다. 첫째가 있다 보니 둘째 수유 스케줄에 맞추는 것도, 유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몸과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었다.
주변 눈치나 이상적인 그림은 내려놓고, 나만의 방식으로 가는 것이 훨씬 건강한 선택이었다.
둘째 때는 조금 달랐던 점들
첫째 때는 모든 게 처음이라 매 순간이 불안했다면, 둘째 때는 적어도 "이러다 보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도 둘째라고 해서 덜 힘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첫째 돌보랴, 둘째 돌보랴 체력은 두 배로 소모됐다. 거기다 아무리 재택근무라 해도 출산 휴가를 쓰지 못한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육아에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웠다.
[정보박스] 미국에서 산후조리와 육아 초반 생존 팁
- 남편 휴가는 사전에 회사와 조율 필요(대부분 유급 아님)
- 산후도우미나 신생아 방문 간호사 서비스 지역별 검색
- 수유 문제는 너무 참지 말고 바로 전문가 도움 요청
- 한인 커뮤니티(맘카페 혹은 지역 단톡방) 적극 활용: 정보 + 정서적 위로
마무리: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두 번의 출산과 육아 초반을 지나면서 깨달은 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하는 과정은 때로는 외롭고 벅차지만, 그 안에서도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해주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용기이고, 연결을 통해 버틸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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