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티칭 교수 생존기

학생과의 건강한 거리두기, 교수로서 배운 가장 큰 교훈

ahrom.insights 2025. 4. 12. 11:15

대학원에서 처음 티칭을 시작했을 때 내가 세운 원칙은 단 하나였다.

학생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이 되자.

 

학부 시절, 질문 하나에도 한숨부터 쉬던 조교
무관심하게 강의만 읽고 내려가던 교수님들.

 

그런 기억들이 내 안에 깊게 남아 있었다.

 

적어도 나는 다르길 바랐다.

학생들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학생들에게 메일이 오면 최대한 빨리 답했고
숙제를 놓친 학생이 있으면 “괜찮아요”라고 했다.
상담 요청이 오면 웬만하면 다 받았고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유에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이해했다.

그렇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근데 이상했다.

나는 다정하려고 애썼는데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기한을 넘긴 과제를 아무렇지 않게 제출하는 학생,
수업 시간에 눈 한 번 마주치지 않고 휴대폰을 보는 학생,
공지한 내용을 반복해서 묻는 메일들.

 

그 모든 순간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점점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만만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스로 경계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게 아닐까?

교수가 되고서는 나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Nice but Firm.

 

다정하지만 단호한 교수 되기.

메일 답장을 하루 늦게 보내기 시작했고
연장 요청에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출석과 성적 기준은 수업 초반에 분명하게 안내했다.

 

대신, 정말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학생들에겐
전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가려 했다.


 

아마 어떤 학생들은 냉정해졌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끊임없이 고민했었었다. 

“이 정도는 봐줘도 되지 않을까?”
“좀 더 친절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 관계는 지속 가능한가?

 

학생과 교수라는 관계는
한 쪽의 과도한 헌신으로만 유지되면
결국 금이 가게 되어 있다.

 

지금 대학에서의 강의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 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친절은 약함이 아니다.

단호함은 차가움이 아니다.

 

나를 지키는 선을 그어야,
내가 사랑하는 이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다.

 

학생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그리고 감정은 따뜻하되,
머리는 차갑게.

 

그 균형을 찾는 일,
그게 티칭에서의 생존이고,
오래 가는 비결이었다.